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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매뉴얼, 한국을 망치고 있다

by 동경35년 2025.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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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은 안전을 위한 필수 도구였다

산업 현장에서 ‘매뉴얼’은 중요합니다.
반복되는 작업 속에서 실수를 줄이고,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필수적이죠.
특히 건설, 제조, 기술직 분야에선 작업자의 생명과 직결되기에 더욱 엄격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매뉴얼이 ‘안전 도구’를 넘어서 '사고 자체를 멈추게 만드는 족쇄'가 되었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지금 현장은 ‘사고 금지 구역’

최근 한국의 기술직 현장에서는 한 가지 묘한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바로 ‘시키는 것만 하라’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 ‘스스로 판단하지 말 것.’
  • ‘매뉴얼에서 벗어난 행동은 절대 금지.’
  • ‘상부 지시 없이는 움직이지 말 것.’

그 결과,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던 현장 베테랑들이 “몰라요. 시키는 것만 합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배들도 그 말을 그대로 배웁니다.


이 매뉴얼 문화, 어디서 온 걸까?

 

이 현상은 일본에서 건너온 ‘매뉴얼 문화’에서 기인합니다.
일본은 오랜 시간 ‘실수는 수치’이고 ‘창의는 혼란’이라는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모든 절차를 문서화하고, 이를 철저히 따르는 것으로 ‘안정성’을 확보해왔습니다.

문제는, 이 문화가 한국의 현장에 그대로 수입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과 다릅니다.
빠른 결정, 유연한 대처, 위기 대응 능력이 강점이었던 한국 현장은 이제 ‘기계적 반복’에 길들여진 사람들로 바뀌고 있습니다.


창의성은 사라지고, 수동성만 남았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됩니다.

“예전엔 이상해 보이면 내가 먼저 고쳐봤죠.
요즘은요? 그냥 보고만 있어요. 뭐 했다가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니까.”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아무리 유능한 인재도 점점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으로 변합니다.
더 나아가, ‘시키는 것도 안 하는 사람’이 되어갑니다.
왜냐고요? 매뉴얼에 없거든요.

문제가 생겨도 “그건 매뉴얼에 없었습니다.”로 끝.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게 됩니다.


결과는? 효율도 안전도 떨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수동적인 매뉴얼 문화는 현장의 ‘진짜 안전’을 오히려 망치고 있습니다.

  •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니 초기 대응이 늦어지고,
  •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가 돼버린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현장의 문제를 현장이 해결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적 해결을 하던 장인들이 사라지고, 관리자와 보고 체계만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한국형 매뉴얼 문화가 필요하다

매뉴얼이 문제인 게 아닙니다.
문제는 ‘생각하지 말라’는 방식으로 매뉴얼을 강요하는 문화입니다.

우리는 일본이 아닙니다.
한국은 원래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난 민족이었습니다.
빠르게 배우고, 융통성 있게 대응하며, 창의적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매뉴얼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마무리하며 —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저는 이 흐름을 보며 한 가지 확신하게 됐습니다.
현장엔 생각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매뉴얼은 도구일 뿐, 사고와 판단은 인간의 몫이어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공포와 책임 회피로는 아무것도 발전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우리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할 때입니다.

 

“나는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사람인가?”


https://ppss.kr/archives/200374

 

일본이 왜 저럴까: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매뉴얼

페이스북에서 나를 ‘일본 전문가’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일단 전혀 아니라는 것부터 분명히 하고 넘어가고 싶다. 나는 일본에서 3년 남짓밖에 살지 않았고, 일본어도 네이티브 수준으로

ppss.kr

 

 

https://www.youtube.com/shorts/tDSUa2coCN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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