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일본에서 살다가 정년퇴직 후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살아보니, 이전과는 다른 한국 사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히 느껴진 점은 많은 이들이 자신감은 넘치지만, 자존감은 부족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자신감과 자존감, 무엇이 다를까?
자신감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시험, 프로젝트, 면접 등에서 당당하게 나서는 힘이죠. 반면 자존감은 그 결과와 상관없이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나는 내가 좋아’라는 내면의 안정감이지요.
한국 사회의 자신감, 일본 사회의 자존감
한국에서는 성취 중심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러다 보니 결과를 통해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느끼게 되는 구조입니다. 반면, 일본은 비교적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기 삶의 리듬을 중시합니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녹아 있죠.
물론 일본에도 문제는 있지만, 적어도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은 어릴 때부터 배우는 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자존감 부족과 갑질 문화
자존감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우위에 서야만 안심’하는 풍조가 생깁니다. 그래서 ‘갑질’이 생깁니다. 자존감이 높다면 굳이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권력을 과시하지 않아도 되죠.
일본에서도 직장 상사나 선배의 무례함은 존재하지만, 한국처럼 공개적인 ‘갑질’이 일상화되진 않습니다. 그 배경에는 타인을 배려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지키는 ‘자존감 기반의 사회문화’가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한국 사회도 점점 자존감에 대한 중요성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외부 성과가 아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사회 전반의 스트레스도 줄고 인간관계도 훨씬 건강해질 것입니다.
한일 문화를 모두 겪어본 이로서, 우리는 일본처럼 조용하고 점잖은 자존감 문화와, 한국의 활력 넘치는 자신감을 균형 있게 결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는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믿음, 성과 없이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감은 바깥을 향한 에너지, 자존감은 나를 지탱하는 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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